1956년 5월 30일 문교부장관 이근선씨를 선거법 위반 제소로 제기한 대전여고에서의 사건은 ‘권력의 정체’가 과연 어떤것이냐 ‘한 사람의 용기’가 그 얼마나 귀중한 민주주의 전취(戰取)의 ‘싹’이 되는 것인가라는 두가지의 비판과 교훈을 우리에게 던져 던진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이선근씨는 대전여자고등학교 강당에서 ‘벼룩이 문다고 아버지를 내쫓고 이가 문다고 어머니를 내쫓을 수 있느냐“고 공공연히 선거 연설을 하였다는데 이때 동교 3학년의 한 여학생이 ’공무원은 선거운동을 못한다고 들었는데 각하는 그런 말씀을 해도 좋으냐?‘고 묻자 강연회는 중단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이 보도를 사실 그대로라고 전제하고 고요히 그 강당에서 일어난 상황을 명상(冥想)해 본다면 실로 기막히는 이 땅 ’권력자의 정체‘가 방불하고 그에 항거하는 한 여학생의 아리따운 용기가 그지없는 주옥같이 머리에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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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을 벌리면 헌법을 수호하고 준법정신과 도의를 부르짖는 위정자들이 자기 자신은 헌법과 법률이 안중에 없고 도의가 어디 있으며 사회질서 따위는 권세가 필요로 한 범위 내에서만 유지되어야 하는 식의 정치가 통용된다면 그는 벌써 민주주의가 아닐 것은 물론 독재주의 정치도 아니요 중세기 ’부르봉‘ 왕조나 이조 봉건시대의 전제(專制)정치와 다를 바 어디있을 것이냐, 주지육림(酒池肉林) 속에의 방탕(放蕩)하는 인간이 애첩을 옆에 끼고 자식에게 삼강오륜을 훈계하거나 마찬가지로 아무도 그들의 방담이나 훈시를 귀담아 들을 국민도 있을까 싶지 않다.
자유와 평등은 민중들의 궐기와 용기로 이것을 전취(戰取)한 것이지 결코 위정자가 보내준 혜택은 아니다.
자유의 전통은 끊임없는 민중의 ’투쟁의식‘만이 이를 확보할 수 있고 확장할 수 있는 것이며 아무리 ’민주공화‘를 헌법에서 보장하였다 하더라도 권력 앞에 너무나 무기력하게 굴복하고 항거할 줄 모르는 소극적인 국민이라면 자유는 스스로 짓밟히고 말 것이며 ’평등‘은 헛된 백일몽을 면치 못할 것이다.
한 여학생의 조그마한 ’대결정신‘도 장관의 권위를 무색하게 하고 민주주의의 평등 정신을 소생시킬 수 있었다는 대전여고의 산 교훈은 우리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으며 전국민의 용기를 북돋아 주는 고적(鼓笛)소리와도 같으며 감동적일 만치 씩씩하고 훌륭한 한 여학생의 ’자유정신‘에 스스로 머리가 숙여진다.
권력이란 알고보면 ’도깨비‘와도 같은 것이다. 무섭게만 여기고 떨고 있으면 도깨비의 그림자는 한량없이 커지고 오싹도 못하게 사람을 공포와 압박속에 몰아 넣는다. 그러나 눈을 똑바로 뜨고 용기를 내어 일갈(一喝)을 가하면 도깨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만다.
권력이란 무기력한 국민에게는 한정없이 두렵다. 한 순경(巡警), 한 면서기의 눈초리 하나가 산천초목을 떨게하고 온 동리(洞里)를 공포일색으로 뒤덮게 할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정당한 주권의식과 자유수호의 항거정신이 사람들의 가슴에 싹트고 눈꼽만한 용기라도 냈을 때 권력이란 ’법의 질서‘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니요 총칼이 어디 있으며 장관이 다 뭇이랴.
한 여학생이 발휘한 대결정신이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엄연한 사실을 보고 많은 심약한 국민은 더욱 용기를 북돋아,,,,
여하한 불의의 간섭에도 이를 박차고 나가야할 것 아닌가.
[반골언론인 최석채 1956년 5월 4일 병든민주주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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