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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아픔

기사입력 2021.08.14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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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터인지 서구식 살상방식이 문명적이며, 원시적 살상방식은 야만적이라고 인식돼 왔다. 즉 칼로 사람의 목을 치고 또는 창으로 찔러 죽이는 것보다 총으로 쏘아죽이는 편이 덜 야만적이라는 것이다. 총으로 한 사람 한 사람 쏘아죽이는 전투방식 보다 큰 대포한방으로 여러 병사를 쓰러뜨려 죽이는 것이 훨씬 발달된 작전력이라고도 했다.

     

     전쟁의 방법이 더 발전하여 융단폭격으로 한 도시를 순식간에 태워 죽이는데까지가 2차대전까지의 전쟁인데, 36년전(1945년)의 8월 6일 히로시마에 동월 9월 나가사끼에 원자폭탄이 투하되어 십수만명의 사람목숨을 앗아갔다. 

     

    이래서 일본은 항복했다. 

     

     혹 원자폭탄이 아니었던들 수개월 또는 수년이 더 걸리는 전쟁을 했을지도 모르고, 따라서 수십만 수백만의 사람목숨이 지구상에서 사라졌는지도 모른다면 보기에 따라서는 원자탄 한개는 전쟁방식에 있어서는 가장 발달된 그리고 문명적인 병기일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일본사람들은 8월만 되면 해마다 온통 전국민이 히스테리가 되다시피 히로시마에 모이고 나가사끼에 모여서 원자폭탄의 비인도적 규탄에 열을 올리고 "야만성"을 성토하고 있다.

     

     자기들이 중국대륙에서 또는 동남아시아에서 칼로 총으로 때론 몽둥이로 한 사람 한 사람 수백만을 학살한 것은 야만적이 아니고 원자폭탄의 대량살상 방법이 용서할 수 없는 "비인도적" 전쟁행위라고 착각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사람들의 골수에 사무친 이 원한에 동조하는 다른 나라의 "반전단체" 사람들까지 이에 호응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이나 동구 각국에서 전차로 사람을 깔아뭉개 죽이는 소련군의 만행에는 눈을 감고서 "반핵"의 깃대를 흔들어대는 이른바 얼빠진 "평화주의자"들이다.

     

     올해 미국은 이에대한 회답이라도 하듯이 이 원폭기념일과 같은 날, 지금까지 제조가 금지돼왔던 중성자탄의 제조개시를 선언했다. 원자폭탄보다도 더 효과적인 대량살상방법의 이 신무기는 이미 알려져 있다시피 다른 물질의 폭발이나 파괴없이 눈깜짝할 사이에 일정 범위내의 인명만 깡그리 없애 버리는 무기라고 한다.

     

     칼보다 총이, 총보다 대포가, 대포보다 폭탄이 덜 야만적이고 발달된 무기라고 서구식 재래논법의 근거가 조금이라도 고통을 덜주고 상대편 전사를 죽여 싸움을 승리로 이끄는데 있다고 한다면 폭탄보다도 원자탄이, 원자탄 보다도 중성자탄이 덜 야만적이고 따라서 발달된 문명적인 무기가 아니냐는 전쟁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실은 19세가말 이래 이런 서구식 논법으로 같은 아시아의 주변국가를 침략하고 짓밟아온 일본이 패전의 고통을 맛보자 180도 논리를 되바꾸어 미국의 원자탄 핵무기보유에 아우성을 치면서 대들고 평화애호국법인체 한다.

     

     인도적 견지에서 본다면 칼로 찔러 죽이거나 총으로 쏘아 죽이거나 원자탄을 사용하거나 그 살육 방법에 야만성의 순위가 달려있진 않다,

     

     요컨대 폭력으로 남의 나라를 짓밟고 깔아뭉개왔던 일본제국주의 그 자체가 아시아의 평화를 교란한 야만적이고 비인도적인 역사였음을 아직도 완전히 반성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8월이 오면 일본사람들은 패전의 아픔을 "반핵시위"로 되새기지만, 우리는 조국광복까지의 그 길고 긴 세월, 일제의 구둣발에 체이고, 총에 찔리고 칼에 베인 민족수난의 아픔을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1981. 8.12. 몽향 칼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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