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국회의원이 TV의 '우민화' 현상 때문이라고 '국민의식의 마비화'를 개탄했다.
'자기 할아버지 이름은 모르면서 프로야구선수의 이름들은 척척, 애칭과 버릇, 좋아하는 음식의 종류까지 줄줄 욀 수 있고 제학교 교장선생님의 성명 3자는 아예 알 생각도 않으면서 인기 연예인의 키가 몇cm, 몸무게가 얼마나 되는 따위엔 박사가 되고 있는 서글픈 실태....,'라고
설마 싶어 애놈을 붙들고, 할아버지 함자를 물었더니 정답을 말했으나 할머니 성함에 이르러선 묵묵부답, 증조부 함자까지 맞춘 걸 보면 그래도 좀 나은 편인지 모르나 고조부 함자는 몰라...였다. 하긴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만 '역사의식의 결여'를 탓할 형편은 아니다.
슬프게도 일제 36년의 '단절'은 오늘의 TV 문화, 저속한 대중문화 못지않게 대부분의 한국인들을 '우민화(愚民化)' 시키고 말았다. '우민화'란 어휘가 적당치 않다면 제 자신의 역사에 대한 '백병화(白病化)'를 만든 셈이라 할까....,
남의 나라 역사는 소상히 알고 있는 지식인들도, 실상 우리나라 역사엔 국민학교 아동들의 지식수준과 별 차이 없는 상태로 내려와 살기에 바빠 그것을 부끄러워할 줄도 모르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 돼 버렸다.
그래서 근래에 이르러 '식민사관의 배척'과 '민족사관'에 입각한 우리 역사연구가 다른 어느 분야보다 중요하고 따라서 사학계에 새로운 기풍이 돌고 있다.
그만틈 우리 역사연구는 열지 않은 보고(寶庫)와도 같고 사학자가 캐내고 정리한 많은 소재를 문학가들이 다듬어 대중화하고, 대중문화계가 흥미있게 국민의식 속에 침투시킬 시대적 사명이 있는 것이다.
자기나라 역사에 긍지를 느끼고, 애착을 갖도록 만드는 것이 사학의 책임이니까.
자주하는 이야기지만, 미국의 흑인 앨릭스 헤일리의 소설 '뿌리' 한편이 흑인들에게, 그리고 미국인을 비롯한 전세계 사람들에게 몇 억불의 선전비를 쏟아 넣어도 못 해낼 훌륭한 역할을 해낸 셈이다.
慶尙北道(경상북도)를 손에 넣을 수 있게 된 지금, 나의 기분이 좋아서 말들이 확산되었지만 역사의식의 기초는 바로 자신의 가계(家系)에서부터 출발하고 이어 향토사(鄕土史), 역사(歷史)로 발전한다....는 공리(公理)를 재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상,중,하 3권으로 4천2백여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기록이니, 이를 집필한 40여명의 재구학자(在邱學者)들은 물론 이 출판의 기획에서 편집, 발간까지 장구한 세월 애쓴 분들에게 정말 고마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그 내용이 잘되고 못되고는 전부 다 읽어본 후에라야 판단할 수 있는 일이지만, 어쨌든 대구시를 포함한 경상북도 전역의 문화적 유산을 이 시점에서 일단 총정리해 놓았다는 의의는 여간 중요한 것이 아니다.
자랑할 수 있는 역사를 가졌다는 것은 그 역사에 자가도취(自家陶醉)하라는 뜻은 아니다. 자랑할 수 있는 역사에 책임을 느끼고, 그에 부끄럽지 않은 역사의 발전에 더욱 힘써야 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흔히 제 꼬락서니는 별것도 아닌 것이 족보 자랑만 하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 그야말로 조상의 뼈를 헐 값으로 고물상에 팔아 넘기고 다니는 행상인과 같다는 것을 모르는 불쌍한 인간이다. 향토의 역사도 이치는 마찬가지다. 가치 있는 고장의 역사는 더욱 빛나게 해야 할 책임을 도정당국은 물론 도민전체에 짊어지게 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몽향칼럼 / 續.庶民의 抗章 중에서 1983.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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