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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골 언론인 몽향 최석채 "좌표"

기사입력 2021.07.07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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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석채 영정.jpg

    오만분의 일 지도를 보면 '좌표'라는 것이 있다. 지구의 경도와 위도를 더 세분한 구획의 부호이고 어느 군 어느 면 어느 동하면 좌표로 곧 표시할 수 있게끔 마련이다. 만약 인간사회에도 이런 '좌표'가 있어 언제든지 용이하게 자기의 위치를 알아차릴 수 있다면 얼마나 편리하고 평화로운 일일까? 나는 간혹 그런 터무니 없는 상상을 해본다. 그만치 인간사회란 자신이 가진 사회상의 정확한 위치를 모르는 데서 온갖 희비극이 일어나고 분쟁이 끊임없이 추잡한 현상이 한량없이 노출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망상에 사로잡힌 나머지 필자 자신의 '좌표'가 과연 어디쯤 되는 것인지 곰곰이 반성 해보는 적이 없지 않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평범한 서민의 한사람임에 틀림없는 일이다. 이와 같은 결론을 발견할 때까지는 서글픈 현실에의 체관(諦觀)이 없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면 세상 사람들은 필자를 가리켜 수양(修養)이 모자란다고 웃을 것인가.

     

     서민의 한사람, 그것을 시인하고 오히려 자긍할 수 있는 오늘에 이르기에는 15년 동안의 언론인 생활에서 얻은 직관과 불혹의 연륜이 풍기는 애수일지도 모른다. 그것이 바로 나의 인생 패배 기록이요 청운에의 가엾음이 가슴을 저리게 했다 한들 나는 굳이 후회하지는 않을 것이요. 대부분 사람들이 한번은 경험해야 할 심경일 것으로 속절없이 확신하고 있다.

     

     이 피할 수 없는 정명의 각성에서 신문인이 가져야 할 저항의식의 오도가 열린다면 나는 '서민에의 자각을 영광스러운 진화라고 자랑하고 싶고 감히 서민 속에 파몯힌 한사람임을 자처하고 싶기도 하다. 99%의 동포와 함께 사회적인 나의 좌표가 서민의 사회에서 떠날 수 없는 것이 마땅한 천분일진데 서민을 괴롭히고 서민을 억압하고 서민을 천시하는 사회악에 대해서 미약한 힘이나마 저항해 보련다. 그것만이 '나의 좌표'에 대한 성실한 위무라고 느끼는 까닭이다.

     

    ---- "반골 언론인 최석채" 자서 自序 중에서 <성균관대학교 출판, 최석채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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