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개혁"을 제창한 정부의 궁극적 목표와 방법이 무엇인지 헤아릴 길은 없으나 TV에 나와서 설명하는 국무총리의 이야기를 들으니, 요컨대 작년 이래 한창 열을 올려 전개한 "사회정화운동"과 내용에 있어선 별반차이가 없는 정직, 질서, 창조의 세가지 득목인 것 같다.
"새나라 새질서 건설"이라고 소리를 높이던 80년, 사회정화운동 한다고 직장마다 커다란 간판을 바깥에 내걸었던 81년, 그리고 이번에는 "의식개혁"을 위해 9대 실천 요강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아무리 호령을 해도 잘먹혀 들어가지 않는 우리 국민성과 우리 사회 실태가 위정자의 눈에 비치기를 오죽 답답했으면 이렇도록 새 용어를 만들어 내야 하고 그때마다 높은 양반들이 선서식에 손을 들고 맹세하는 뉴스 사진이 국민에게 공개되곤 해야 하는가 싶어 실로 안타깝기만 하다.
우리 국민성에 장점도, 물론 많고 그와 함께 단점도 많다. 그래서 일제시대엔 어느 재사(才士)문인이 "민족개조론"을 발표해서 호된 곤욕과 말썽의 파문을 겪기도 했다.
미국 이민국의 비공식 발설에 의하면 한국사람만큼 다루기 쉬운 국민도 드물다고 한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불법입국자, 불법취업자 심지어 불법탈세자의 내용이 투서로 날아들어 온다.
거의가 한국사람 저희끼리의 밀고다. 준법정신이 하도 강렬해서 남의 불법을 묵과할 수 없어 밀고하는 것인가 싶어 처음에는 다소 어리둥절했으나, 알고보니 투서한 그 자도, 대개가 범법자라, 말하자면 가까운 동족을 헤쳐야만 자신의 속이 풀리는 그런 괴상한 국민성이라고 이젠 힐쭉힐쭉 비웃고 있다고 한다.
또 어느 대학에 한국인 학생 세 사람이 공부하고 있으면, 지도교수는 노력하지 않아도 한국학생의 성품(특히 나쁜 점), 과거의 허물, 요즘의 동향(물론 좋지 못한 것만) 등등 다 파악된다고 한다. A 학생은 B 학생의, B 학생은 C 학생의, C 학생은 A 학생의 일을 지도교수의 귀에다 미주알 고주알 일러주니 말이다.
그 대신 자기만 잘났다고 우쭐대는, 이런 성격을 굳이 국민성이라고 자탄할 것까지는 없다. 지지리 못난 인간들이 외로운 객지에서 살다보니 "고독성 정신질환"에 걸린 나머지 자기과시욕의 변형이라 해두자.
이야기는 다르지만 내가 직접 견문한 일로 지금 일본서는 이대교수 이어령씨가 "축소지향의 일본인"이라는 문명비판의 저서를 발행해서 굉장한 인기를 얻어, 베스트셀러가 돼 있는 것을 보았다. 만나는 일본 지식인마다 이교수의 예리한 관찰과 해박하고 풍부한 식견에 경의를 표한다고 칭송해주는데, 극히 일부겠지만 "이어령,,,, 그것 별것도 아냐", "뭐 어쩌다가 재주 한번 부린거지" 따위로 빈정대는 사람도 있다. 빈정대거나 낮춰 말하는 사람은 열이면 열 한국동포였다.
우리 국민성 가운데 단결력이 몹시 약하다는 것은 예로부터 자각되어 왔지만 그것이 남 잘되는 것을 시기하고 이른바 "사촌 논사면 배아프다"는 정도로 질병임 심화돼가고 있다면 이건 정말 창피해서 얼굴을 들 수 없다.
의식개혁도 좋고 사회정화도 좋고, 새나라, 새질서도 모두 좋지만, 사촌 논사면 기뻐 축배드는 국민성의 회복이 제일 급선무가 아닐까 ~~~ 하고 혼자 생각해 본다. (1982. 5. 4 몽향 칼럼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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