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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건강진단

기사입력 2021.10.22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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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론은 항상 자구의 저항, 한 치라도 더 언론자유의 폭을 넓히기 위한 힘찬 노력을 기울여야 -
    - 병이 있다면 있다고 외치고, 없으면 없다고 소리 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할 때 -

     건강에 아무 이상이 없어도 1년에 한두 차례 종합진단을 받는 사람이 꽤 늘어나곤 있지만, 아직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병원에서 진단을 받아야 할 때는 뭔가 몸에 이상이 있거나 스스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국회가 병원은 아니지만, 국정 전반에 걸친 종합진단 기관과도 같은 기능을 가진 것만은 분명하다.


     '민주주의 없는 국회도 있지만, 국회없는 민주주의는 없다.'고 지적한 어느 서양학자말대로 국회가 열리고 있는 동안은 그래도 한 가닥 희망을 품고 거기서 논의되는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인다.


     '우리 사회의 병이 무엇이냐'고....


     국회논의 가운데서 정말 희한하게도 '언론상황'이니 언론의 무기능이니 하는 묘한  인상을 풍기는 새 술어가 튀어나왔다.


     원래 언론은 정치를 감시하고, 편달하고, 전달하는 기능을 생명으로 한다. 언론이 '정치'를 진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정치가 '언론'을 진찰한다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기에 '희한'하다고 한 것이다.


     또 어찌된 영문인지 전체의 논의 줄거리가 소개되지 않고 '김영삼씨 단식 사건을 보도'하지 않았는지, 몰라서 못했는지 어쨌든 언론의 그 '병상'을 지적하는 의원들의 분노섞인 목청이 귀에 따갑다. 이런 경우를 두고 간두무지(汗頭無地)라 할 것인가.


    무병식재(無病息災)의 우리언론이 정기진찰을 받고 있는 것인지, 어딘가 탈이나서 진단되고 있는 것인지 언론의 현역에 있지 않은 몸으로서는 딱히 단언하기 어려운 일이나, 우리 언론이 국회에서 그토록 진찰받고 동정받게 될 처지가 될 줄이야..., 참으로 슬픈 일이다.

     

     1772년 영국하원에서 버크 의원이 '... 그래서 우리 야당은 잠재울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저기 제 4부가 있는 것이다'고 연설하면서 손으로 기자석을 가르킨 이래 어느 나라건, 어느 시대건, 민주주의사회에서는 '언론'은 제 4부로 자타 공인해 온 것이다.

     

     위협과 체포와 테러를 무기로 언론을 탄압하던 자유당시절에도 언론계가 병들었다는 진찰을 국회서 받아본 적은 없다. 가끔 언론에 비명을 올리고 규제해야 한다고 열을 올린 일은 있어도....

     

     언론윤리위원회법을 만들어 언론계와 거칠은 대결을 벌였고, 툭하면 연행, 구속으로 위협을  가하던 공화당시절에도 당당히 이에 맞서 싸울 수 있었고 대화할 수 있는 언론계의 '건강'을 국회사 걱정하거나 진찰 받은 기억은 없다. '유신' 이후, 그 '긴급조치'로 언론이 말썽이 된 적은 있어도....., 어쨌든 불명예스러운 노릇이다.

     

     '정치현안' 다음에 '언론상황'이 진찰대에 올랐으면 마땅히 그 처방도 나오고 치료도 있어야 하겠거늘, 우리 국회에 그런 것을 기대하고 있을 처지는 물론 아니다.

     

     왜냐면 원래 언론의 자유란 권력이 가져다 주거나 저절로 안겨 주는 속성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처럼 무한대에 가까운 언론의 자유를 누리고 있는 사회에서도, 그 자유를 지켜 나가는 언론계 스스로의 노력이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권력 - 특히 정부권력은 한치라도 판도를  더 넓히려고 전지력을 동원하다시피 한다. 그에 밀리면 끝이 없다. 완전한 시녀가 되기 전에는 줄을 늦추지 않는다.

     

     매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은 말한다. 시녀언론이 되면 그다음엔 노비언론이 되기를 강요한다고.

     

     이것이 세계 공통적인 제 4부의 운명이기에 언론은 항상 자구의 저항, 한 치라도 더 언론자유의 폭을 넓히기 위한 힘찬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매스커뮤니케이션 원리에 입각할 때, 그리고 우리나라 '언론상황'을 진찰받게 됐다는 그 사실 자체를 오늘의 언론계는 부끄러워해야 마땅하다.

     

     병이 있다면 있다고 외치고, 없으면 없다고 소리 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할 때다. 진실한 국가이익을 위해서.....

    [몽향 칼럼 속 서민의 항장 중에서, 1983. 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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